영상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영화였고 감독판 재개봉 후로 호평이 이어지길래 한 번 쯤 가서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막상 가서 처음 한 10분 정도는 후회했던 거 같다. 암만 화면이 아름다워도 그렇지 너무 졸리고 평면적이고 해서....
그러다가 확 집중이 된 건 로이가 홧김에 무법자의 쌍둥이 남동생을 죽여버렸을 때 부터 였다. 자기 감정 하나 제대로 못 추스리는 병자인 게 느껴져서 좋았다. 정말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애한테 할 짓 못 할 짓 다한 쓰레기인데 리페이스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그를 안타까워 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알렉의 캐릭터도 정말 좋았던게 이렇게 짜증나고 옹고집이고 지 하고 싶은 거 다하는 말괄량이 다섯살이라니... 그리고 그가 의도 했건 아니건 알렉의 순수가 로이와 보는 모든 사람들의 영혼에 구원을 준다.
모험 장면은 모든 장면 장면이 정말 아름답고 강렬한 색채로 가득했다. 지구 위에 내가 모르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들이 가득한 줄 처음 알았다. 씨지가 아닌 것이 눈물나게 좋았다. 나중에 알아보니까 대개 인도 로케이션이어서 내가 참 인도를 몰랐구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장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환상적이고 멋진 모험 안에 간간히 유머 코드나 알렉산드리아의 시선이 반영된 요소가 있는게 정말정말 좋았다. 로이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 등장인물들이 메롱해 지는 것도. 사람의 인식을 가지고 장난 치는 영화는 항상 좋다.
로이가 자살 기도를 실패한 이후의 시퀀스는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다. 그를 살려주세요. 이건 나의 이야기 이기도 하니까. 딸이 그를 사랑해요. 그의 딸이 무서워하니까 안아주세요. 어떤 삶도 작품도 그렇게 기대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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