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240902

 

 내 아버지는 낙양에서 겨울을 보내고 1년에 걸쳐 한중, 자오곡, 장안을 한 바퀴 돌며 생계를 꾸리는 상인이다. 장안 분지와 낙양 평야 사이의 지난한 길에는 첩첩이 겹친 산, 가파르게 솟아오른 계곡, 강 따위가 심심하지 않게 등장한다. 그럼 알 수 있다. 아주 척박하여 살 수 있을까 싶은 오지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다는 것을. 작은 마을이 있을 법한 곳에는 꼭꼭 들러 조금이라도 몸을 편히 뉘는 것이 행상의 삶에 있어선 필수였기 때문에 나는 그런 쪽으로 감이 아주 좋았다.

 

그러니까, 이곳엔 딱 일 년 만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무 그림자가 빼곡하여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편백 숲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온다. 아주 작은 마을이라 마땅히 이름조차 없는 곳. 울창한 산림에 남루하지만 깨끗한 가옥이 대여섯 채 정도 숲에 안기듯 파묻혀 있고, 그 옆에 소박한 밭이 여럿 딸려있다. 묘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밭에 대중없이 이것저것 심은 꼴이 갖다 팔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집집 사이를 가로질러 마을 한가운데 난 길을 따라가면 커다란 절에 다다른다. 

 

새카만 나무로 만들어서 마치 한 번 불에 전체가 그을렸다 살아남은 인상을 주는 이 절에는 '친구'가 있다.

 

 

240904

 

 오늘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양, 절의 모습이 멀찍이 보일 때부터 손영이 마루에 나와 쳐다보고 있었다. 마중을 하러 내려올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어차피 이 절엔 그가 신을 만한 신발도 딱히 마련되어 있지 않을 터였다. 그래, 내가 가야지. 걸음을 빨리 했다. 

 

"손영!"

"정말 딱 1년 만에 돌아오는 구나. 신기하기도 해라."

"사람이 이 절간에서 나오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

 

 말에 뼈가 있는 농담에 손영이 작게 후...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래 딱 죽고 싶을 만큼 지루하던데. 널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눈도 깜빡하지 않고 읊는 부끄러운 소리에 괜히 고개를 돌려 가방을 뒤졌다.

 

"너 주려고 가져 왔어."

 

 얼굴이 홧홧한 게 만지지 않아도 느껴졌다. 바보처럼 홍당무 같은 얼굴을 하고 서있을 지도. 자, 이건 복숭아야. 올 해는 하도 더웠던 탓에 장안 분지의 복숭아가 아주 달게 영글었다. 이런 건 상인 친구가 없으면 입에도 못 대 봤을 걸? 

 

"그래? 고마워. 잘 먹으마."

 

 기대와 달리 소녀의 표정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240909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아 내 몫으로 준비한 복숭아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여태 복숭아를 손에 들고만 있던 손영이 옆에서 물었다.

 

"이거 껍질에 까끌까끌, 짐승 같은 털이 부숭부숭 났는데 그냥 먹어도 되는 거야?"

"껍질을 까서 먹기도 하는데 지금은 칼이 없어서. 먹어도 안 죽어. 괜찮아."

"그냥은 싫은데."

"맛있다니까? 한 번만 먹어봐."

 

 엣취! 복숭아는 먹고 나면 까슬까슬한 느낌이 홧홧하게 목구녕 안에 남는 것 까지 일품이었다. 다만 복숭아 두 개를 들고 나른 딸년을 아버지가 욕하는 지 괜히 재채기가 나왔다. 내가 그러고 있던 말던 끝끝내 손영은 아기 짐승에 입을 대지 못 하고 정말 고양이 다루듯 손 안에서 굴려 댔다.

 

"나중에 칼이라도 갖다 줘?"

"으응. 아니. 아껴 먹을 거야."

"금방 썩으니까 조심해."

"그렇구나."

 

  시답잖은 얘기를 주고 받고 있으면 우리 사이로 마루를 타고 바람이 '쏴아아' 소리를 내며 불어왔다. 하늘하늘 천막 그림자처럼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나무 숲 그늘, 바람, 초록 냄새, 손에 쥔 과일. 지금 당장은 남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지상 낙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바람을 만끽한다고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떴다. 손영은 어려서부터 이 절에서 나가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항상 궁금한 것이 많았다. 이런 그가 성가시다고 생각이 들기는 커녕 내 자랑을 할 수 있는 몇 없는 기회가 썩 기꺼웠다.

 

"그럼. 척박한 곳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직접 가봤니?"

"당연하지. 풀 한 포기, 물 한 모금 없이 메마른 사막이 서역에는."

 

뭣에 비유해야 이해하기 쉬울까 손으로 헤아리다 이어 말했다.

 

"이 하늘 만큼 펼쳐져 있어."

"하늘만큼."

 

 내가 말 하는 것을 따라 우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그런 곳에도 사람이 살아?"

 

 당연하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재주로 물 한 모금, 풀 한 포기 안 나는 사막에서 산다니. 사막에는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물 웅덩이가 간혹 있어 그 주변에 터를 잡고 밭이나 주막을 꾸려서 사람들이 있고, 또. 해가 지는 곳 너머에 있는 나라에서 물건을 날라오는 상인도 있지. 너도 건너봤어? 이어지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치만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를 졸라서 사막을 건너자고 할 거야."

"그거 부럽네."

 

 소녀 앞에서 크게 우쭐대긴 했지만, 사실 당장 사막에 갈 일은 요원해 보였다. 본인이야 '나중에 크면'이 아니라 지금 당장도 여건이 되는 대로 사막에 가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 그는 사막에 가기 싫은 이유로 두 가지를 댔는데, 하나는 사막 다녀오는 길에는 손님이 턱 없이 부족해서 영세 상인인 자신이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막에 내려오는 전설이 께름칙하다는 것이었다. 사막을 건너 진귀한 특산품을 한 아름 들고 돌아오면 그깟 손님 따위 낙양에서 떼구름처럼 몰려올 텐데 뭣 하러 입에 풀칠할 걱정을 하냐고 혓바닥에 기름칠하고 구슬려봐도 그는 요지부동 망부석처럼 굴었다.

 

 사막에 내려오는 전설이 무슨 내용인즉슨, 

 

 태초에 상제가 세상을 처음 만들 적에 공허와 같은 세상에 채워 넣을 것이 너무 많아 과로 끝에 쓰러졌다. 하늘을 병상 삼아 누운 상제는 고심 끝에 자신을 도와 세상을 다스릴 손속을 둘 만들었다. 하나의 이름은 하나, 둘의 이름은 둘이었다.

 

 하나의 일은 세상에 씨를 뿌리는 일이었다. 상제에게 받은 소쿠리는 마르는 일이 없는 샘이었으므로 하나는 아낄 것 없이 풍족하게 세상을 채웠다. 둘의 일은 씨를 거두는 일이었다. 하나가 아무렇게나 흩뿌려 놓은 씨앗이 모두 싹을 틔우면 세상이 조화롭지 못하므로 그를 쫓아다니며 적당히 솎아냈다. 하나가 뿌리면 둘이 거둔다. 둘이 거둔 자리를 하나가 채운다. 이는 상제가 나름 꾀를 부려 고안해 낸 조화의 법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지친 하나가 소쿠리를 옆에 내려두고 복숭아나무 기둥에 기대 잠든 일이 있었다. 그 틈을 노려 복숭아나무에 살던 원숭이 하나가 내려왔다. 그 나무, 원숭이는 모두 하나의 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하나와 소쿠리의 능력에 대해 아주 잘 알았다. 하나와 둘의 노력으로 세상은 서로 닮은 것 하나 없이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아주 조화로운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원숭이의 마음은 그러하지 않았다. 딱 한 마리. 하나와 둘처럼 똑 닮아 쪼개진 반쪽과 같아 운명을 나누어 누릴 존재를 원했다.
 

20240927

 

 '딱 한 개만.'

 

 반쪽을 만들 딱 한 개만 가져가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궁리 끝에 원숭이는 하나의 귓불에 손을 댔다. 귓불에 손을 가져다 대도 깊게 잠 들었는지 하나는 미동이 없었다. 두 눈이 벌게진 원숭이는 손을 벌벌 떨면서 소쿠리에서 씨를 하나 훔쳤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곧장 아주 멀리 달아났다. 하나도, 둘도, 상제의 눈도 닿지 않을 아주 머나먼 땅으로.

 

 도착한 땅은 원숭이가 보기에 생전 처음 보는 나무와 과일이 가득한 땅이었는데, 적당히 개울이 흐르는 곳 근처에 가 씨앗을 심었다. 심으며 누군지 모를 신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태어나 나와 함께 개울 물을 마시고 과일을 나눠 먹게 해주세요.' 빌었다. 세상을 나르느라 바쁜 상제나 그의 손속들은 나무 그늘 아래 소원을 듣지 못했다. 

 

 원숭이가 씨를 심은 지 보름이 지났을까 변화가 일어났다. 땅에서 무언가 움트는 조짐이 보이더니 쑥 하고 등부터 세상에 튀어나왔다. 자신과 같은 갈색 털결이 자르르한 등이었다. 

 

"드디어!"

 

 원숭이는 등이 마를까, 배가 고플까? 옆에서 과일이며 물을 들고는 엉거주춤 유난을 떨며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몸을 일으키는데 만 하루가 걸린 '그것'의 얼굴은 사뭇 원숭이가 기대한 것 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에, 에 에구머니 나."

 

 세상의 축복을 전혀 받지 못하고 태어난 그것은 이 세상 가장 악독하고 흉한 것들을 모아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흉하디흉한 생김새에 벌벌 떨며 뒤로 넘어진 원숭이는 이제 곧 자신에게 쏟아질 어떤 나쁜 일을 생각하며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이내, 느껴진 것은 귓불에 닿는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안녕. 네가 부르는 소리를 소쿠리에서부터 들었다."

 

241001

 

 원숭이와 그것은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것은 곧잘 원숭이가 하는 것을 따라 했다. 처음 마주했을 때 구역질이 올라왔던 얼굴도 익숙해졌다. 아니, 오히려 자기 손을 통해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하니 흡족하게 보일 때도 있었다. 다만 둘이 정한 약속이 하나 있었는데 하늘이 보이는 탁 트인 곳으론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이 복숭아를 먹으며 물었다. 나도 하늘이 보고 싶어. 너는 종종 바깥을 살피러 나가잖아. 나는 왜 안 되는 것이지? 원숭이는 거짓말을 했다. 이 세상 밖은 위험하기 때문이야.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하늘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대신 내가 이 숲에서 나는 제일 좋은 것들을 너에게 줄게. 그런가. 세상은 무서운 곳이구나. 조심할게. 그것에게서 약조를 받아낸 원숭이는 흡족했다. 

 

 그러나 원숭이는 그 후로도 종종 그것이 아쉽다는 듯 나무 그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복숭아, 자두, 포도, 배, 사과 가릴 것 없이 숲에서 나는 귀한 것을 이것저것 가져다 바쳤다. 오늘은 무엇이 가지고 싶냐 묻는 일이 둘 사이에 정해진 일과로 자리 잡았을 무렵 하루는 그것이 대답했다.

 

나에게도 이름을 지어주면 좋겠어. 너에겐 원숭이라는 이름이 있지 않느냐.

 

 원숭이는 크게 당황했다. 이름을 짓는 일은 하나의 일이었고 스스로 무엇을 새롭게 지어낼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원숭이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 어떤 귀한 과일도 그 마음의 허기를 달랠 순 없으며 언젠가 곧 그늘 밖으로 나가 하늘의 천벌을 받고 분화할지라도 하늘을 보고야 말리라는 것을. 그래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더듬어 뗐다. 그는 불기가 처음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귓가를 만지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름을 지었다.

 

너의 이름은... 불기란다.

불기?

네가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에게 건넨 인사의 이름이야.

 

 그러니 이 하늘 밖으로 나서지 않겠다고 나에게 약조해다오. 그래. 나는 나간다고 한 적도 없는데 별걸 다 걱정하는구나. 불기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뒤, 불기는 의외로 순순히 원숭이의 방침에 따랐다. 따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야 불기의 세계에는 그와 원숭이 뿐이었으니까. 그 세계에서 원숭이는 그의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 이해자였다. 숲 밖의 삶은 상상조차 할 필요조차 없었다. 햇빛이란 것은 닿으면 타 죽는 것. 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루는 원숭이가 과일을 거두러 불기를 두고 나섰다. 다음부턴 너도 같이 가자. 정말? 네가 얼마나 나무를 잘 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햇볕에 속이 꽉 차게 영근 과일을 따는 건 정말 재밌는 일이란다. 말을 남긴 채 원숭이는 숲 가장자리로 사라졌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불기는 여상하게 복숭아를 목에 대고 드륵드륵 굴렸다. 이렇게 하면 복숭아 껍질 털이 목에 콕콕 박히는 데 까끌한 느낌이 굉장히 중독성 있었다. 나무 위로 올라타는 법을 배우고, 영근 과일을 솎아내는 법을 배우고 바구니 가득 과일을 담아 원숭이를 배불리 먹일 수 있게되면 이 다음에는 뭘 새로 배울 수 있는 걸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그때, 툭하고 그의 발치에 무언가가 닿았다. 처음 눈에 보인 것은 뭉툭한 발이었다. 그것은 동그랗게 오므려진 원숭이의 발과 달리 아주 평평하고 단단하게 펼쳐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들어온 것은 쭉 털오라기 하나 없이 매끈하고 쭉 뻗은 다리였다. 그것은 털이 부숭부숭 나서 살짝 구부러진 원숭이의 다리와 아주 달랐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마침내 고개를 들어 마주한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몸 위로 어떤... 것을 걸치고 있었으며 머리는 넓게 펼친 접시를 얹은 것처럼 생겼다. 챙 아래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뭐야?

넌 누구지?

말을 할 줄 아네?

내 이름은 불기야.

불기?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 걸.

 

그리고 그것은 불기의 앞에 쭈구려 앉으며 시선을 맞추었다. 넓은 챙 아래에는 원숭이와 비슷했으나 다르게 생긴 얼굴이 존재했다.

 

이런 숲에 왜 혼자 떨어져 있니.

난 혼자가 아니야. 이곳엔 원숭이도 있어.

오호라. 원숭이와 불기라.

 

 

...

그 후 불기는 숲에 처음으로 들어온 인간에 의해 바깥 세상이란 것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원숭이가 여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왔음도 알게 된다. 햇빛을 볼 수 있는 것은 모든 생물이 가진 권리이며 축복임을 알게 된다. 불기는 우레와 같은 비명을 지르며 숲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뛰어 나간다. 그 울음이 너무나도 커 숲 반대편에 있던 원숭이도 그 소리를 듣는다. 그는 불기와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그를 쫓는다. 불기는 숲 밖으로 뛰어 나간다. 처음 쐬는 바람과 햇살은 아주 따사롭고 아름다웠다.

 그는 곧 자신의 씨를 훔쳐 달아난 원숭이와 불기를 찾아다니던 하나의 눈에 띄게 된다. 원숭이와 불기는 옥황 상제의 천벌을 맞게 된다. 삿된 것들. 아주 고얀 것들. 고마의 짐승들은 은혜도 모르고 아주 불경하기 그지 없구나 크게 노한다. 그리하여 불기와 원숭이의 몸을 가리어 주었던 숲에도 벼락을 내린다. 온 숲이 불타고 강이 메마른다. 고마에는 그저 사막만이 남는다. 아무것도 신의 눈을 피해 숨지 못하도록. 임무를 마친 뒤 둘은 겨우 벼락을 피해 밖으로 피신한다. 그는 하나에게 빛을 하나 달아 두겠다며 타박 후 사라진다.

 

 그 후 천제는 사막에 신의 뜻을 거스르고 숨는 죄인이 다시는 없도록 모든 나무를 태워 응달 하나 남지 않도록 하였다. 지금도 고마 사막 어딘가엔 원숭이와 불기의 타 죽은 시체가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사막으로 향하는 이는 딱 세 종류. 하나, 거짓말로 죄를 지어 추방된 이. 이들은 사막에 맨몸으로 던져져 신의 눈길과 같은 햇볕 아래서 심판을 받게 된다. 둘, 전설 속에 전해 내려지는 원숭이와 그것의 시체, 그리고 선과를 찾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보물 사냥꾼. 이들은 대개 그냥 일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며 미친 한량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 건너 나라를 오가며 거래를 자처하는 상인들. 다만 이들이 다니는 무역로는 아주 협소한 길로 정해져 있으며 온 사막을 제 집 안방인 양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241022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는 옜날 이야기를 제법 진심으로 여기는 듯 하였다. 자신이 보기에 그 이야기는 많고 많은 하늘나라 옥황 상제님이 이 땅을 만드셨다~ 라는 내용의 옛날 이야기에 불과했다. 하물며 자신은 지은 죄가 없는데 사막에 간들 뭐가 무서우랴. 그렇게 투덜대며 심드렁하게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무는데, 옆에서 툭하고 희멀건 손가락이 아까운 과일을 떨어뜨렸다.

 

"어? 이 귀한 걸 떨어뜨리면 어떡하냐."

 

 마루 아래로 후다닥 내려가 굴러 떨어진 복숭아를 줏어 들었다. 옷 소매로 반질반질 윤기가 날때까지 박박 닦은 뒤 원래 주인에게 다시 건네니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보였다.

 

"손영?! 무슨 일이야. 괜찮아? 복숭아가 몸에 안 맞아?"

 

 부리나케 벌벌 떨고 있는 두 손을 잡아채고 안색을 살폈다. 손영이 그제야 제가 떨고 있는 줄 알았는 지 천천히 시선을 맞추고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저어.. 이개야."

"응. 필요한 거라도 있어?"

 

 이개야. 아까 하던 이야기 말이다. 뭐? 아, 사막 이야기?그래. 나는 난생 처음 듣거든... 혹시 더 자세하게 해줄 수 있느냐? 이런, 내가 아는 것도 그게 단데. 뭐가 더 궁금한거냐? ...불기는 그럼 그 때 어떻게 했어야 했느냐? 그 때? 둘이 불기를 데리러 와서 바깥 세상을 알려주고 나가게 만든 그 때. 그는 그 안에 계속 숨어 살아야 했던 걸까? 그래야 원숭이도 자신도 지킬 수 있었을까?

 

 이개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차피 숲 밖에서 옥황상제와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면 원숭이와 불기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운명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으나 손영의 간절한 눈빛에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글쎄... 뭐가 정답이었을까.

내가, 너무 어려운 걸 물어봤구나.

 

 손영이 살포시 자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하는 말이 이개야. 다음에 이 마을에서 나갈 땐 나도 갈까? 뭐?!작년에 그렇게 옥신각신 같이 나가보자고 조를 땐 쳐다도 보지 않더니 먼저 이런 제안을 한 것에 적잖이 놀랐다. 



월루 개유잼
09.04 15:22 답변

유잼유잼이되
09.05 21:32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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